한·미 공동 연구진이 경구 복용을 통해서도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광주센터 정혜종 박사 연구팀과 전북대 의대 홍성출 교수, 미국 로스앤젤레스 SNJ 제약(Pharmaceutical) 김현진 박사 연구팀이 경구 복용을 통해서도 단백질, 펩타이드, 저분자 등 모든 종류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높여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생체이용률은 약물이 체내로 흡수되는 효율이다. 소수성 물질은 친수성인 소화액에 녹지 않아 소화관을 통해 인체로 흡수되는 효율이 낮아 먹는 약으로 개발할 수 없다.
신약후보 물질 중 70% 정도는 약효가 뛰어난데도, 생체이용률이 15% 미만으로 매우 낮아 신약으로 개발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저조한 생체이용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니클로사마이드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코로나19를 포함해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약물 후보물질이지만, 소수성이어서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인체 콜레스테롤 항상성 유지를 담당하는 담즙산의 생성·순환 과정을 모사한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
담즙산은 마치 세제와 유사한 역할을 해 소수성 물질을 나노 수준으로 녹게 한다. 장에 도달한 대부분의 담즙산은 장간 순환에 의해 간에 재흡수돼 혈류를 돌아 체내에 전달된다.
연구팀이 이런 나노 전달체 기술을 적용한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햄스터에 경구 투여한 후 혈액에 남아있는 약물 입자량을 관찰한 결과, 생체이용률이 3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한 조건 비교 실험에서 나타난 순수 니클로마사이드 약물 생체이용률(4.8%)보다 8배가량 높은 수치다.
약물 투여 후 7일 동안 햄스터의 체온 및 체중 변화도 살폈다.
약물을 투여하지 않거나 순수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을 투여한 대조군의 햄스터는 4일 만에 모두 죽었다. 반면, 개발 기술이 적용된 니클로마사이드 약물 실험군 햄스터는 정상 체온과 체중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소수성의 저분자 약물은 물론,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각종 단백질과 펩타이드 기반의 신약후보 물질도 고효율로 체내에 전달할 수 있어, 차세대 신약 개발에 응용성이 높은 원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정혜종 KBSI 박사는 "현재 다국적 제약회사들로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조만간 니클로사마이드를 이용, 각종 바이러스는 물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감염병 치료제 분야 저명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 온라인판에 지난 9월 21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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