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은 팬데믹 기간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1차 접종 때 188만여명(91.8%), 2차 때 185만여명(90.2%), 3차 때 137만여명(67.0%)이 백신 주사를 맞았다. 이는 내국인의 백신 접종률보다 높은 수치였다. 내국인은 1차 83.7%, 2차 82.9%, 3차 62.0% 수준이었다. 정부가 이주민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하며 예방 접종을 독려한 측면도 있지만 이주민 당사자들의 노력과 인권·지원 단체가 지원에 주력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런데도, 국내 체류 이주민들은 팬데믹 기간 차별을 당했다. 행정당국의 재난 지원금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지급됐고, 아동 특별돌봄·비대면 학습지원금도 '국민'인 아동에게 제공됐다. 이주민들은 각종 지원금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채 각개 격파식으로 코로나19를 헤쳐 나갈 수밖에 없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를 비롯해 김사강·김새롬·변재원 등 6명의 연구자가 함께 쓴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동아시아)는 감염병 재난이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 보고서다. 저자들은 이주·장애·비정규직·아동·여성 분야 연구자들로, 이들 취약계층의 시각에서 팬데믹을 분석한다.
저자들은 코로나를 거치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혐오 정서가 확산했고, 노동조건도 악화했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알려지면서 중국 국적 이주민과 중국 교포에 대한 공포와 혐오 정서가 사회에 팽배했다고 곁들인다.
"코로나 기간에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신 분이 (저에게) 전화 자꾸 하지 말라고, 자기 외국인인 거 티 나면 안 된다고, 여기 되게 분위기 살벌하다고, 분위기 자체가 그렇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실업률은 코로나 기간인 2020년 5월 7.6%로 치솟았다가 이듬해 5월 6.0%로 소폭 내려갔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월의 5.5% 수준까지 회복하진 못했다. 전체 인구의 실업률이 2019년 5월 4.0%에서 2021년 5월 4.0%로 회복된 것에 견줘 회복세가 더딘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도 컸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높은 직장에서 일했고, 소득이 감소하거나 실직하는 경우가 정규직에 견줘 더 많았다. 확진자와 접촉할 경우 자가 격리를 포함해 감염관리를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다. 유급 백신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아플 때 쉴 권리'는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아동들은 성인을 중심으로 집행됐던 방역 정책 탓에 관심의 주변부로 밀려났다. 정부는 아동의 발달 과정에 따른 취약성과 신체적·심리적 변화에 주목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 상당수가 돌봄의 사각지대로 내몰렸다. 부모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학생 간 학력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 밖에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고된 시간을 보냈고,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설로 지정된 장애인 거주시설에 있던 대다수 장애인은 인적교류를 포함한 기본권이 박탈됐다. 이처럼 팬데믹은 순수하게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재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한국 사회의 만남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사회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나 생겨난 재난이었다. 이주민,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아동, 여성 등의 취약계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인종차별, 비장애 중심주의, 비정규직 차별, 연령차별, 가부장제의 역사 위에서 살아왔으며, 그 열악하고 위험한 삶의 조건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 재생산되고 증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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