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팬데믹 규약 집중 검토…WHO 총장 "미룰 수 없는 일"

감염병 신속 대응 위한 규범 개정…각국 이해관계 엇갈려 각론서 난항 가능성

건강투데이 승인 2023.05.23 09:2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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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보건총회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각국 대표단이 모여 인류 공통의 보건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보건총회(WHA)에서는 코로나19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때를 대비한 국제규범 제정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WHO는 22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194개 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제76차 세계보건총회와 분야별 세부 회의를 진행했다.

핵심 의제는 국제보건규약(IHR) 개정 문제였다.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를 감염병 대유행 사태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지켜야 할 사항과 필요한 대책 등을 담은 IHR을 새로 마련하자는 안건이다.

이달 초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하면서 사실상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을 내렸지만, 또 다른 강력한 감염병이 번질 때를 대비해 강제력을 지닌 국제 규범을 만들어 두자는 게 취지다.

WHO는 내년 상반기까지 IHR 개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194개 회원국은 정부 간 협상기구(INB)를 꾸리고 초안 내용을 논의해 왔다.

여기에는 감염병 위험이 생겼을 때 각국의 발 빠른 협조를 끌어낼 수 있도록 WHO에 더욱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발병 우려에 대비한 예방적 실험·탐지 활동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치료제와 백신 및 관련 의약품과 질병 정보에 세계 어느 나라도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방안을 규약 안에 넣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긴급 의약품의 신속한 허가 과정을 지원할 방안,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절차나 방법 등도 논의될 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초안 논의 과정에서 국가별 소득 수준과 보건 역량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항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세계 각국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 규약이 나오기까지는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총회에서 IHR 개정 문제 등을 신속하게 논의해줄 것을 주문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우리는 이 사안을 뒤로 미룰 수 없다"면서 "만약 우리가 (규약을) 바꾸지 않는다면 누가 바꾸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지금 세대에서 규약에 관해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작은 바이러스가 얼마나 끔찍한지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총회에서는 IHR 개정 문제뿐 아니라 보건 인력 양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보건 분야의 과제, 난민·이주민 보건 문제, 비전염성 질병에 대한 대응 전략, 여성·청소년·아동 건강 등 다양한 의제를 놓고 논의가 이어진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이끄는 우리 정부 대표단도 이번 총회의 주요 일정에 참석하는 한편 다른 회원국 정부 대표들과 양자 면담을 벌이면서 보건 현안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방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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