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로 사실상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이 내려진 이후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 대표단을 모아놓고 총회를 열었다.
열흘간 이어질 이번 총회는 코로나19를 겪은 교훈을 바탕으로 전 세계가 또 다른 보건 사태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지속 가능한 보건 협력체계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초점을 둔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수석대표를 맡은 우리 정부 대표단도 이번 총회에 참석해 다양한 의제를 논의한다.
WHO는 21일(현지시간) 오전 유엔 제네바 사무소 주변에서 WHO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걷기 행사를 시작으로 제76차 세계보건총회(WHA) 일정을 시작했다.
WHO의 최고 의결기구 역할을 하는 WHA는 매년 5월 열린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간은 비대면 화상 회의로 진행됐고, 작년부터 대면 행사가 재개됐다. 이달 초 코로나19에 대한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PHEIC 선언이 3년 4개월 만에 해제된 이후 처음 열리는 총회이며 WHO 설립 75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도 있다.
'생명을 구하고 모두를 위한 건강을 추구하자'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76차 총회에서는 코로나19 보건 비상사태 해제 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규범을 가지고 이에 대응할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WHO는 감염병 대유행 사태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각국이 지켜야 할 사항과 필요한 대책 등을 담은 국제보건규약(IHR)을 제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감염병 위험이 발생했을 때 법적 강제력을 가진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WHO에 부여하고 예방 및 사후 대처 활동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치료제와 백신 및 관련 의약품과 질병 정보에 세계 어느 나라도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방안 등도 IHR에 관한 논의 사항이다. 국가별 소득 수준과 보건 역량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항들도 많기 때문에 합리적인 규약이 마련되기까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IHR에 대한 논의를 점검하고 발전시키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보건 분야 세부 의제들을 놓고 총회 일정 내내 원탁회의와 전문가·시민사회 토론 등이 진행된다.
보건 인력 양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보건 분야의 과제, 결핵 퇴치 및 항생제 내성 해법, 필수예방접종 목표 달성 방안, 불량 의약품 문제, 난민·이주민 보건 문제, 비전염성 질병에 대한 대응 전략, 여성·청소년·아동 건강 등이 회의 주제로 다뤄진다.
최고 의결기구로서 2024∼2025년 예산 승인, 분담금 증액 등도 의결 대상으로 잡혀 있다.
각국 대표단 고위급 인사 환영 행사와 특별 연설, 보건 분야 공로자들에 대한 시상식 등도 진행된다.
우리 정부 대표단도 이번 총회의 주요 일정에 참석하고, 다른 회원국 정부 대표들과 양자 면담을 벌인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 대표단은 국제 공중보건 위기 대응, 바이오 인력 양성, 정책 협력 등 다양한 의제를 두고 협력을 당부하기로 했다. 또한 각 세부 회의 주제별로 우리나라의 입장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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