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김영신 기자 = 의사 부족과 지역간 쏠림 등으로 위기를 맞은 중증, 응급, 분만,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보상을 늘린다.
긴급 수술을 위한 병원 순환당직 체계가 시범 운영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늘리는 등 이들 필수의료 진료기반도 확충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 등을 담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31일 발표했다. 의료계와의 논의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공청회에서 공개했던 대책안을 일부 보완해 최종 확정한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에 중증·응급·분만·소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대책은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 필수의료 분야에 '공공정책수가' 도입
이번 대책에는 일단 필수의료 진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는 등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정책수가는 현행 행위별 수가(의료행위의 대가)만으로는 진료 빈도가 낮거나 수익이 낮은 분야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 즉 공공성이 있는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새로운 건강보험 보상체계다. 지역특성이나 수요·공급을 반영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성과도 보상 기반으로 삼게 된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공휴일 야간 응급 수술·시술에 대한 수가 가산율을 현행 100%에서 150∼200%로 확대할 방침이다.
입원·수술에 대한 보상도 강화하며, 특히 고난도·고위험 수술엔 더 지원한다.
중증소아 전문 치료기관인 어린이 공공전문의료센터가 경영난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의료적 손실을 보상하는 시범사업도 시작한다.
또 분만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 자원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수가'와 의료사고 예방 등 안전한 분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안전정책수가'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현재 분만수가에 더해 지역별 시설·인력기준을 충족한 병원에 지역수가 100%가 가산되며, 분만 담당 의사에겐 안전정책수가 100%가 더해진다.
◇ 응급진료 공백 없게 순환당직제…소아응급치료 강화
정부는 필수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기반 확충 대책도 내놨다.
우선 응급진료부터 수술 등 최종치료까지 한 병원에서 가능하도록 현재 40곳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진료 역량을 갖춘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고, 규모도 50∼60곳 안팎으로 늘릴 예정이다.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가 수술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다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 심뇌혈관 질환자의 골든타임 내 고난도 수술이 상시 가능하도록 권역심뇌혈관센터의 기능을 전문치료 중심으로 재편한다.
주요 응급질환에 대한 병원간 순환당직 체계도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질환별로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병원당 1∼2명인 경우 매일 당직은 사실상 어려워 야간·휴일엔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사전에 지역 내 협력체계를 구축해 순환교대 당직체계를 가동하고 이를 119 등과 공유해 환자를 당직병원으로 이송하게 할 방침이다.
현재도 15개 중증·응급질환을 대상으로 지역별로 매월 당번병원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 개편한다는 것이다.
지역 내 최소 1개 병원에선 해당 질환 치료가 가능한 당직의사가 근무하도록 해서 구급차가 의사를 찾아 전전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119 구급대와 의료기관 간 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이 달라 발생하는 혼선을 막기 위해 분류 기준을 일치시키고, 신속한 이송을 위해 응급의료정보시스템도 개선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소아진료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을 5곳 신규로 지정해 육성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늘리는 등 소아진료 기반도 확충한다.
조 장관은 "응급의료기관을 평가할 때 소아환자 진료실적도 함께 평가해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진료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언제든지 사시는 곳과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서 소아응급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네 병·의원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36개월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영유아기 발달, 건강, 육아 등을 지원하는 아동 맞춤형 교육상담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 필수의료 살릴 수 있을까…"근본 대책 아냐" 비판도
보상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대책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현재의 의료수가 체계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등도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전국의 수련병원이 최악의 인력위기를 맞으면서 진료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개선되려면 소아 청소년 입원·진료 수가의 100%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필수의료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일부) 수가 인상 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수가가 높아진다고 인력 배분이 개선되진 않아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필수의료 붕괴가 현실화한 만큼 가능한 사회적 자원을 해당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중환자 상태인 필수의료 분야를 소생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대책 발표 후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를 찾아 의료진과 간담회를 열고 "필수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없도록 국민·의료계 등과 소통하면서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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