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장보기 무서워요"…고물가에 설 선물도 부담

4인 가족 차례상 비용 25만4천원…"체감은 훨씬 더 비싸"

건강투데이 기자 승인 2023.01.17 09:18 | 최종 수정 2023.01.17 09:19 의견 0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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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나물이며 과일, 생선까지 안 오른 게 없습니다. 무서워서 장을 못 보겠어요."

설 명절을 앞둔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만난 박재남(71)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용인에서 차례상 장을 보러 왔다는 그는 도라지가 든 비닐봉지를 들어 보인 뒤 "이게 2만원어치다. 작년에는 1만원이나 했을까"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차례상을 차리는 데 20만원 정도 들었다면 올해는 두 배는 드는 것 같다"며 "재래시장이 저렴할 줄 알고 왔는데 똑같이 비싸서 이것만 사고 오일장에 가볼 것"이라고 했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물가협회가 이달 5∼6일 전국 전통시장 8곳에서 과일류, 견과류, 나물류 등 차례용품 29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25만4천30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설(24만290원)보다 5.8%(1만4천10원) 오른 수치다.

시민들은 체감 장바구니 비용은 훨씬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정영선(64)씨는 "작년 설이랑 비교할 수가 없다. 30년 동안 차례상을 차렸는데 이렇게 물가가 오른 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레드향 같은 과일도 시장에서 사서 선물했는데 올해는 그것도 못 하겠다"고 아쉬워했다.

차례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차례상에 올릴 음식의 양이나 가짓수를 줄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씨는 "작년 차례상엔 과일을 일고여덟 가지는 올렸는데 올해는 사과·배·밤·대추·곶감 다섯 가지만 올릴 생각"이라며 "도라지·고사리는 생략하고 콩나물·시금치만 올리고 양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부 김모(58)씨는 "전 부칠 때 필요한 밀가루나 식용유 가격도 너무 올랐다"며 "다 줄이고 '간편 제사'를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오이나 고추, 호박이 작년보다 10% 이상은 오른 거 같다"며 "물가도 오르고 경기가 안 좋아 '너무 비싸다'며 안 사고 가는 손님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물가 급등으로 지갑 사정이 가벼워지면서 매년 해오던 설 선물을 생략하거나 줄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GS샵 온라인몰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만원 미만 상품 판매 비중이 지난해 62%에서 올해 80%로 늘었다. 반면 20만원 이상 상품은 8%에서 2%로 줄었다.

직장인 이모(60)씨는 "(지인들에게) 늘 해오던 선물을 안 줄 수는 없어 올해는 좀 더 싼 선물로 준비하려 한다"며 "물가가 올라서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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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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