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결 유정미 시인의 하얀 세마포

김선주 기자 승인 2019.02.16 19:25 | 최종 수정 2019.02.16 19:31 의견 0

하얀 세마포
                 

은결 유정미

나의 묘지를 보았다
덩그러니 혼자있는 묘지를
죽음을 껴안기에
이른 나이
벌써 사후의 세계를
여러 번 가 보았다
슬픔과 
기쁨이 썰물처럼 밀려 나간다

이 생에서 하고 싶은 것이
아직 산을 이루는데
왜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지

저 멀리 날아가
공중에서 심판을 받은 영혼들
지옥으로 뚝뚝 떨어지는 영혼들
천국으로 사뿐히 날아가는 영혼들
그 갈림길에 서 있던 나
간절히 기도하는 나
지상으로 돌아온 나
정결하게 살려고
욕심을 태우고
정욕을 버리고
교만을 묻고
선을 추구하며
사랑을 주며
복음을 심으며
투명한 하늘빛처럼
이 생을 살련다

가거라
인간의  이기심
악한 빛깔은 
염색되어  
하얀 세마포로 태어나니
이 생이 
소금이요
빛이니라.

 

은결 유정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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