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미 시인의 '설날'

김선주 기자 승인 2019.02.06 01:33 | 최종 수정 2019.02.06 11:53 의견 0
설날
              
은결 유정미

황금 볏단이 업혀 있는
들판을 팽개치고
산도 물도 다른 회색 빌딩에
발을 묶는다
정신을 태워
육신을 살찌우며
콘크리트 집 한 칸
피붙이 맑은 웃음에
삶이 수레바퀴처럼 돌고 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부랴부랴 선물 보따리 들고
흥얼흥얼 달리는 차도 짱짱하다
고향길이 낙원 가는 길
휴게소 얼굴도 함박꽃이다
대문에 한발 두발 노크하니
지붕 처마 밑 고드름이
똑똑 떨어지며 첫 인사한다
보고픈 얼굴들을 포옹하니
늘어지게 잠자던 고향 마루도
보름달처럼 웃는다.
 
시인 은결 유정미/ 아프리카 가나 신학 대학원 대학교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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